[제주도에서 소품샵 창업하기] 1. 들어가기

제주도 소품샵 창업

"제 로망이에요. 너무 부러워요"

4년간 운영했던 소품샵을 그만두고 가장 생각나는 말이다.

 

 

하루 종일 가게에 머무는 일상을 4년간 반복하다 보니 삶에 권태기가 왔다.

쉬는 날이 많아졌고 출근해도 괜히 왔다는 생각까지 들어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회상]

 

1년 차 : 초짜 사장님

준비한 기념품들이 팔리는 게 마냥 신기하고 좋았다. 하루 5만 원만 팔아도 재밌었고 일 매출 목표 30만 원을 달성했을 땐 회식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물건도 별로 없어 참 어설펐을 텐데 구매해준 손님들이 고마워요. 다른 가게들처럼 비슷한 기념품을 팔기 싫어 제주도 관련 상품은 최소화했고 부지런히 아이템을 개발했다. 레진, 석고, 젤 캔들, 코바늘, 미싱 등의 작업기술을 학습해서 나만의 기념품을 만들었고 손수 포장해서 예쁘게 진열했다. 이걸 손님들이 예쁘다고 계산대로 가져올 땐 속으론 함박웃음을 짓곤 했다.

 

 

2년 차 : 제주 관광업의 호황

성수기 비수기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은 덕분에 하루하루 매출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수학여행 시즌이면 원래 영업시간보다 일찍 나가서 대기하기도 했다. 이때 많이 번 돈으로 여행도 정말 많이 다녔다. 예로 갑자기 일본 여행이 가고 싶어 바로 다음 날로 비행기를 예매하고 떠난 적이 있을 정도. 여행을 다니며 그 지역 아트샵, 기념품점, 마켓 들을 구석구석 뒤지며 가게에 가져갈 만한 예쁜 아이템들을 찾는 게 참 재밌었다. 사실 일을 그만두면서 이게 젤 아쉽다ㅠㅠ 여행도 하고 일도 하는 일석이조였는데!

 

 

3년 차, 이제 나름 전문가

가게 로고를 넣은 전용 포장지도 있었고 가게에 여유공간 없이 기념품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국내 사입 물품들은 연락하면 바로바로 배송 오는 시스템이었고 해외 거래처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주문하고 필요하면 여행 일정을 짜서 직접 가서 사오기도 했다. 월별로 어떤 여행자들이 올지, 매출이 어느 정도 될지 예상되었고 그에 맞게 가게도 탄력적으로 운영했다. 가게의 모든 상품들 가격을 외우고 있고 상황에 맞게 순간순간 할인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모든 게 안정되었을 때부터 일상이 무료해지기 시작했나보다.

 

 

4년 차, 미련 없이 그만두기

지루한 일상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온라인 스토어팜을 열고 해외에서 직접 사 온 물건들을 예쁘게 사진 찍어 판매하기 시작! 광고비도 조금씩 내고 상품도 꾸준히 올리면서 지켜봤는데 성과가 나지 않았다. 더 집요하게 꾸준히 했으면 잘되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념품이란 게 여행 와서 즉흥적으로 사는 경우가 많은 터라 스토어팜은 한계가 있다고 결론짓고 빠르게 포기했다. 그리고 몇 달 뒤 가게를 그만뒀다. 

 

 

시작할 때부터 평생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니까 미련은 없고 고마움만 가득하다. 

앞으로 적을 글들이 제주살이 로망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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