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건물주와 부동산 임대계약 후기

제주도 부동산 계약

글쓰기 전, 제주도민에 대한 선입견은 없다. 남편이 도민이고 나도 제주살이 8년 차, 그리고 제주사투리도 꽤나 한다. 하지만 부동산 계약할 때마다 항상 느꼈는데 수도권과 정말 다르다. 심지어 수수료를 받고 중개하는 사무소들 마저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아주 느리지만 점점 바뀌어 가는 게 느껴져서 다행. 어떤 일이 있었을까?

 

● 소품샵 상가 계약

계약 당시 분명히 임대료는 5%밖에 올리지 못한다고 중개사무소에서 말했지만 그러려니 하며 듣지 않던 할머님이 기억난다. 대신 2년간 주변 시세에 비에 굉장히 저렴하게 들어갔다. 사실 저렴했기 때문에 들어간건데 2년 후 갑자기 찾아와서 30% 인상한 가격으로 대뜸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너무 황당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법적으로 안된다고 얘기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분은 주변에 상가건물 몇 채를 가지고 있었고 다들 이렇게 한다면서 이게 당연하다고 너무도 단호하게 밀어붙였다. 부동산 사무소에 전화하니 법적으로는 안되는데 집주인이랑 사이 안 좋으면 안되니까...라고 했다. 

 

소품샵 상가계약

○ 권리금

내가 약자일수밖에 없던 이유는 바로 권리금이다.  기념품 가게는 보통 시설권리금이 아닌 바닥권리금이다. 위치가 좋아서 권리금이 형성되는 곳이었다. 사실 가게를 시작하고 접을 때까지 권리금은 거의 매일 생각났다. 그만큼 불안한 조건이다. 위치가 괜찮은 곳이라 못 받겠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만약 건물주가 새로운 임차인을 받을 때 임대료를 많이 올리겠다고 하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만약 내가 그만둬야 되는 상황이 왔을 때도 새로운 임차인이 없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운영을 계속해야 되는 상황이 온다. 때문에 건물주 할머니와는 잘 지내야 하는 상황이었고 내가 여기서 임대료 인상을 거부한다면 불편한 동행이 되어 어떻게든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권리금 손해배상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경제적 · 시간적 여유도 없으며 설사 이긴다고 해도 기존 금액에 비해 낮은 가격이 나온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이런 일들을 하루 하루 불안해하며 스트레스받기가 너무 싫었다. 그냥 임대료 더 주면 끝.

 

수도권에서는 이제 임차인들이 소리내어 법적으로 보호받는 경우가 많지만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인 제주에서는 참 똑 부러지게 사는 게 눈치 보였다. 괜히 뚝심 부렸다가 동네에서 소문날까 봐 참은 면도 없지 않아 있다.

 

● 아파트 계약

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입주 2년이 다되어 갈때쯤 집주인이 연락 와서 주변시세에 비해 너무 저렴하다고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심지어 첫 얘기가 "법적으로 5% 이상 못 올리는 건 아는데 주변에 비해 너무 저렴해서 이해해주세요"였다. 알면서도 그냥 강행하는 것이다. 은행 다니는 분이고 왠지 이번에도 한 다리 건너서 알 것 같은 분이었다. 그래서 적절한 계약기간 조정을 협상 후 임대료를 올려드렸다. 

 

이밖에도 남편 사무실 임대 4년 차에 갑자기 500만 원 더 인상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로 앞 건물은 훨씬 더 높게 받는다고 하였고 마찬가지로 단호했다. 남편의 사업 같은 경우 보통 과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에 그 사업장을 접은 경우가 3번 정도 있었다. 마침 그 사업장이 잘 안 되었거나 지쳤을 때인데 귀신같이 알고 임대료를 올려버린다. 지금 생각하니 좀 화나네! 

 

 

최근 들어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건물주나 집주인들이 달라지기보다는 중개사무소에서 계약할 때 여러 사례들을 말해주고 법적인 부분까지 확실하게 짚어주신다. 제주 살면서 느낀 점은 자영업으로서 정말 많은 기회가 있다. 여행 트렌드에 워낙 민감한 만큼 상가 시세 또한 등락이 정말 크다. 타이밍만 잘 맞는다면 저렴하게 매물을 찾을 수 있으며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면 참 유리한 조건일 텐데 워낙 당한 경우가 많아서..!